죽을 때까지도 웃고있었다는 루이 암스트롱, 백인의 광대인가? 아니면 위대한 아티스트인가?
치아를 몽땅 드러내고 흰자위가 뒤집어질 듯 치켜뜬 눈으로 웃고있는 루이 암스트롱.
대부분의 사진 속에서 암스트롱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훗날 흑인 재즈 연주자들은 그를 진정한 뮤지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백인에게 웃음을 팔고 스타가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만, 돌이켜보면 암스트롱이 태어나고 성장한 그 시대는 엄마가 자녀에게 "길에서 빵을 주는 백인이 있다면 그를 따라가라"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로 흑인의 삶이란 궁핍하기 그지없었던 인종차별의 극점대였다. 백인의 광대를 자처했던 암스트롱의 웃음이 실은 울고있는 모습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루이 암스트롱은 'Pops'라는 별명에서처럼 연주자적인 측면보다는 성공한 엔터테이너로서 더 알려져있는 편이다.
이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음악적 진지함이 폄하되었다. 그러나 그는 의심할 여지없는 '모던재즈 뮤지션'이었으며 위대한 재즈의 개척자였다. 재즈사에 끼친 암스트롱의 혁신성에 대해 따져보자면 실로 방대한 이야기가 되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재즈를 그 혼자서 다 만들었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대형 빅 밴드가 유행하던 1920~30년대에 'Hot Fives'와 같은 소규모 밴드를 만들어 솔로 연주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소규모 밴드 편성은 1940년대 이후 모던재즈 시대로 발전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천부적인 박자감을 토대로 한 즉흥적인 스캣보컬의 창조(재즈보컬의 표현영역을 확장), 고음역대의 트럼펫 연주로 재즈에서 그전까지 사용되어오던 코넷(Cornet)을 누구보다 먼저 트럼펫으로 대체하여 보편화 시킨 점 등등. 이렇게 객관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재즈 뮤지션들에게 계승한 '창조성'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공로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uQVSOpdYUo
오늘 소개한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을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잠시만 기다려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잖아요..."
역사상 최초의 유성영화로 기록된 [재즈 싱어 ,The Jazz Singer](1927년)의 첫 대사는 바로 지금까지 영화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에 백인 가수 Al Jolson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역을 맡아야했던 이 영화는 처음으로 소리를 사용했다는 혁신성 외에도 바야흐로 '재즈싱어'라는 용어를 널리 유행케 했다는 점에서 재즈사적으로도 의미를 갖고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상영이후 일반적으로 통칭되어 오던 가수와 재즈를 부르는 가수를 구분짓는 인식이 마련되게 된 것이다.
1920년대 까지만 해도 재즈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고, 단지 재즈의 구성요소들이었던 랙타임(Ragtime)이나 뉴올리안즈의 장례행진곡, 블루스 음악이 대중음악으로써 통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의 가수들은 딱히 '재즈싱어'라는 전문적인 호칭이 아니라 통상적인 가수, 또는 보드빌(Vaudevil) 가수 정도로 불리우고 있었다.
보드빌이란 단지 악기만을 연주하던 종래의 재즈 공연과 다르게 춤과 극, 노래를 섞은 형태로 오늘날 뮤지컬의 전신쯤 되는 것이었다. 대중연예의 중심지였던 뉴욕의 할렘에서 주로 성행하였기에 '할렘재즈(Harlem Jazz)' 라고도 불리웠던 이 보드빌은 그 형식에서 알 수 있듯이, 가수들이 노래 외에도 이야기를 해야했고 관중을 위해 즉흥적인 기분을 살려야하는 임무가 주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즉흥성이라는 의미를 갖는 역사상 최초의 재즈싱어는 단연 루이 암스트롱이었다.
어느날 그는 무대 위에서 실수로 트럼펫을 떨어뜨렸고 그 잠깐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트럼펫 소리를 입으로 모창하는 재치를 발휘하였던 것이다. 우연한 계기였지만 암스트롱의 이 일화는 '입으로하는 애들립(Scat Sing)' 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면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많은 가수들이 암스트롱의 스캣을 모방하기 시작했고 재즈싱어는 적어도 스캣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물론 스캣을 하는 것만이 일반가수와 재즈싱어를 구별하는 기준은 아니겠지만 보다 풍부한 음색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창법을 들려준 암스트롱이야말로 '재즈싱어'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음성이야말로 신이내린 가장 훌륭한 악기라고 말한다. 재즈 연주자들은 인간의 음성과 비슷한 악기음색을 내려고 노력하는 반면, 재즈싱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라는 개념으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을때까지 노력해 왔다.
루이 암스트롱은 노래 뿐 아니라 최고의 연주력을 지닌 트럼펫터였다.
오늘의 이야기에서는 가수로서의 그를 조명하는데 할애했지만, 후에 다시 한번 '뮤지션 암스트롱'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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